핵심 요약
- 제조 AX를 이루는 네 층
- 승부는 복제 비용에서 갈립니다
- 성과는 수율과 비가동시간으로
- 불량 한 건을 되짚어 보십시오
공장은 챗봇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중국 제조업의 AI 전환(AX)을 다룬 박지민 대표의 칼럼은 제조업 AX를 대형 언어 모델 하나를 설치하는 사업이 아니라 설비·공정·산업 소프트웨어·현장 지식을 하나의 운영 흐름으로 묶는 일로 정의합니다. 설비가 어떤 상태인지, 센서 값이 무엇을 뜻하는지, 불량이 어느 공정에서 생겼는지, AI의 판단이 안전 규칙을 넘지 않는지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럼은 제조 현장의 전환을 중복 없이 네 층으로 나눕니다. 첫째는 센서·로봇·제어기 같은 물리층, 둘째는 설비·공정·품질·에너지 데이터를 같은 시간축과 의미체계로 맞추는 데이터층, 셋째는 MES·ERP·PLM·창고·정비 시스템을 연결하는 운영 소프트웨어층, 넷째는 안전 한도와 사람의 승인, 긴급정지, 책임을 정하는 거버넌스층입니다. AI는 이 네 층 위에서 예측하고 계획하며 실행을 조율하고, 어느 한 층이 빠지면 시범사업은 가능해도 여러 공장으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칼럼의 진단입니다.
중국 제조업의 실제 모습도 한 겹이 아닙니다. 세계경제포럼이 인정한 등대공장에서 적응형 생산과 AI 기반 품질관리를 확장하는 선도기업이 있는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생산관리시스템(MES), 제품수명주기관리(PLM)를 연결하는 단계에 머뭅니다. 선도공장은 DX 위에서 AX를 확장하지만 산업 평균은 자동화·디지털화·지능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압축 전환에 있습니다. 정책 목표 역시 모델 배포가 아니라 묶음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중국은 2027년까지 제조 분야에 3~5개 범용 모델을 심층 적용하고, 1000개의 고수준 산업 에이전트, 100개의 고품질 산업 데이터셋, 500개의 대표 적용 장면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동시에 제조업의 컴퓨팅 기반과 클라우드·엣지·단말 모델 체계, 대형모델과 소형모델의 협업을 강조했습니다.
칼럼이 든 기업 사례는 순서가 모두 같습니다. 싼이중공업(三一重工)은 연구개발·조달·생산·서비스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온라인화한 뒤 산업인터넷 플랫폼과 데이터 중간계층을 만들었고, 제품이 바뀔 때 숙련공이 조정하던 용접 경로와 조건을 레이저 스캔과 공정모델로 바꿨습니다. AI가 배우기 전에 사람의 암묵지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中国石油天然气集团)은 분산제어시스템과 설비감시, 지질·시추 데이터와 통합 생산플랫폼을 장기간 구축한 뒤 2025년에 3000억 매개변수 규모의 쿤룬(昆仑) 산업 대형모델을 공개했습니다. 하이얼그룹(海尔集团)은 자체 공장 DX 경험을 카오스 코스모플랫(卡奥斯COSMOPlat) 산업인터넷 플랫폼으로 확장해, 2026년에는 여러 에이전트가 생산·에너지·품질·공급망 업무를 나눠 처리하는 협업 구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다만 플랫폼이 낡은 설비와 불완전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고쳐주지는 않습니다. 업종마다 공정과 안전 규칙이 달라 표준 솔루션을 반복 적용할 때마다 현장 통합 비용이 발생하고, 설비 연결과 데이터 소유권, 업무 재설계의 책임은 고객기업에 남습니다. 중소 제조업에서는 모델 사용료보다 노후 설비 연결과 데이터 정비, 현장 엔지니어링 비용이 더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칼럼은 AX의 승자를 가장 큰 모델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같은 해법을 여러 공장에 낮은 비용으로 복제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 AX 시사점
도입을 검토한다면 모델을 고르기 전에 네 층 가운데 어느 층이 비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순서입니다. 칼럼이 제시한 성숙도 척도를 그대로 자가진단에 쓸 수 있습니다. 영상검사와 설비 이상 예측은 1단계 보조형이고, AI가 MES·ERP·창고·품질 시스템을 엮어 생산계획과 작업안을 제시하면 2단계 업무 통합형, 여러 에이전트가 주문·자재·생산·품질을 나눠 조율하고 예외만 사람에게 올리면 3단계, 공정 상태를 감지해 계획이나 제어 값을 바꾸고 결과를 다시 학습하면 4단계 제한적 자율운영에 가깝습니다. 데이터가 PLC·MES·ERP·엑셀·종이기록과 숙련자의 경험에 흩어져 있으면 프로젝트는 감지와 보조에서 멈춘다는 점도 함께 짚습니다.
성과 지표도 다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 AI의 성과는 앱 이용자 수가 아니라 수율, 비가동시간, 에너지 원단위, 계획 변경 횟수, 안전사고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 칼럼의 기준입니다. 공급자와 기업이 공개한 효율 향상 수치는 특정 라인과 기간의 자체 집계인 경우가 많으므로, 여러 라인과 공장으로 복제되는지, 유지보수와 데이터 정비 비용을 포함해 투자 회수가 되는지를 상용화의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중국바오우철강그룹(中国宝武钢铁集团) 산하 바오산강철·바오스틸(宝山钢铁)의 적용 사례를 다루면서도 수치와 효과는 회사 발표인 만큼 독립 검증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안전이 걸린 공정이라면 질문 자체가 달라집니다. 범용 대형모델이 직접 밸브와 로봇을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고, 대형모델이 작업을 계획하면 검증된 산업 소프트웨어·소형모델·제어시스템이 실제 실행을 맡는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칼럼은 안전산업의 성숙도 기준을 “AI가 얼마나 많이 결정하는가”보다 “어떤 조건에서 멈추고 사람에게 넘기는가”로 제시합니다.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계획을 세울 때 정지 조건과 인수인계 규칙을 함께 문서로 만들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번 주에 확인해 볼 것은 하나로 좁힐 수 있습니다. 지난달 손실이 가장 컸던 불량 한 건을 골라, 그 불량이 어느 공정에서 생겼는지를 남아 있는 기록만으로 되짚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되짚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부족한 것은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