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워프 사이언스, 2억1500만달러 투자 유치
- 완전 자동화의 출발점은 숙련자 데이터
- 외주·모델 선택은 데이터 위치의 문제
- 숙련자 작업 중 기록 안 되는 단계 찾기
케빈 웨일 전 오픈AI 과학 부문 책임자가 세운 워프 사이언스(Warp Sciences)가 시리즈 A 투자금 2억15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확보하며 공식 출범했습니다. 2026년 10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는 8억6500만달러(약 1조1400억원)로 평가됐습니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가 투자를 주도했고 IVP, 메이필드, 럭스 캐피털, 프렘지 인베스트, 멘로 벤처스 등이 참여했습니다. 공동 창업진에는 메타 초지능 연구 조직의 전 부사장 마노하르 팔루리, 백악관 초대 최고 데이터 과학자 DJ 파틸, 테레모토 바이오사이언시스의 전 임원 솔로몬 라이스버그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워프 사이언스는 무엇을 자동화하나
워프 사이언스는 자체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제약·바이오 기업이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고 시험하는 연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첫 사업은 유망한 분자를 찾은 뒤 약물로서의 특성을 개선하는 ‘선도물질 최적화’ 작업입니다. 연구자들이 특정 분자의 효능을 높이고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백~수천개의 변형 물질을 합성하고 시험하는 일로, 제약사들이 중국 업체에 외주를 맡겨 온 이 작업을 AI와 로봇으로 자동화해 미국에서 수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시장은 중국의 우시앱텍(WuXi AppTec) 등이 낮은 비용과 빠른 처리 속도를 앞세워 장악해 왔습니다. 웨일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 업체에 대한 의존이 위험 요인이 됐으며, 일부 제약사는 민감한 연구 데이터와 지식재산을 중국 계약업체와 공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작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면 중국 기업에 맞설 수 있는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완전 자동화 연구소 구축에 나섰습니다.
자동화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나
워프 사이언스는 약 20명 규모로 출발했고, 로봇 팔과 AI 칩 등 관련 하드웨어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다만 출발부터 모든 실험을 로봇에 맡기지는 않습니다. 단계는 이렇게 나뉩니다.
- 초기: 전문 화학자들이 상당한 작업을 수행하고, AI가 화합물 합성 경로와 다음 실험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이후: 반응 준비와 시료 정제 같은 반복 작업부터 로봇으로 자동화할 계획입니다.
- 장기: 로봇이 24시간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물질 합성과 검증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로봇을 훈련시킬 데이터는 사람의 작업에서 나옵니다.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웨어러블 카메라와 압력 센서가 내장된 장갑 등을 착용할 예정이며, 숙련된 화학자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해 자체 AI 모델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다양한 실험 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할 계획입니다.
웨일은 AI가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학에서 거둔 성과를 물리적 실험이 중요한 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며, 모델이 실제 실험 데이터를 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자동화로 실험을 늘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학습한 AI가 다음 실험을 설계하고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는 반복 구조를 만듭니다. 웨일은 “연구실은 AI를 발전시키고, AI는 연구실을 발전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26년 2월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이런 방식으로 205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과학적 성과를 2030년으로 앞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기업 AX 시사점
이 사례에서 볼 지점은 투자 규모보다 자동화의 순서입니다. ‘완전 자동화 연구소’를 내걸었지만 출발점은 숙련자의 판단을 AI가 돕는 구조이고, 로봇에 먼저 넘길 대상은 반응 준비·시료 정제 같은 반복 작업이며, 로봇이 배울 데이터도 숙련 화학자의 작업에서 모읍니다. 현장 숙련도에 기대는 제조·연구 조직이 자동화를 검토한다면, 대체할 공정부터 고르기보다 숙련자의 작업이 지금 데이터로 남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순서입니다.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대목은 외주와 데이터의 관계입니다. 웨일이 짚은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 생긴 의존 위험, 그리고 일부 제약사가 민감한 연구 데이터와 지식재산을 중국 계약업체와 공유하는 데 느끼는 부담이었습니다. 연구·설계·시험 업무 일부를 외부에 맡기고 있다면, 계약 검토 항목에 비용과 납기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데이터가 어디에 쌓이는지, 그 데이터를 자사 AI 학습에 다시 쓸 수 있는지를 넣어 둘 만합니다.
모델 선택도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워프 사이언스는 최첨단 AI 모델과 자체 맞춤형 오픈웨이트 모델을 함께 활용할 계획이며, 웨일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미국에서 개발된 오픈웨이트 모델을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자사 실험·공정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려 한다면 어떤 모델을 어디에서 운영할지도 데이터 보관 위치와 함께 정해야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가장 숙련된 담당자의 작업 가운데 반복적이면서도 지금 아무 데이터로 남지 않는 단계를 하나 적어 보십시오. 로봇을 들이기 전에 무엇을 기록할지부터 정하는 것이 이 사례가 보여 주는 순서입니다.
